
석면이 노출되는 석유·정유 화학공장의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비계공이 법원으로부터 직업병을 인정받았다. 비계공의 폐암을 석면 노출에 따른 직업병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박정수 판사)은 비계공 이재빈(5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단이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89년부터 여수산업단지 등에서 비계공으로 일하던 중 2005년에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비계공은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만든 가설물을 전문적으로 설치하는 건설노동자를 말한다.
하지만 공단은 2007년 석면 노출이 폐암을 유발할 정도에 이르지 않고, 방사선 사진 등을 통해 노출을 확인할 만한 소견이 없어 업무 연관성이 낮다며 요양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후 이씨는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년여 만에 승소했다.
서울행법은 "원고는 비계공으로 근무하면서 석면에 노출됐고 이로 인해 폐암이 발병하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며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진단됐는데 일반적인 폐암 사례를 볼 때 흡연보다는 환경·직업적 요인이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직업병 인정기준에 대해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진 여수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역학조사 내용도 석면에 노출된 것은 확실하나 노출량을 갖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작업환경 측정근거가 없어 공단에서 불승인했지만, 이번 판결로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건설노동자들이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측은 "판결문을 받아 보고 내부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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